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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2016 펜쇼

・ 덕질 :: hobbies

by 덕만이형 2016. 11. 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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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만년필을 취미로 시작했다.



혹자는... 


'아니.. 만년필을 취미로 하면.. 그걸로 뭘 어떻게 하는거야?' 라고 물어본다





수집을 하는건지.. 제작을 하는건지 등을 물어본거겠지만..


흐흐흐.. 덕질에 기대하는 결과 따위는 없다.


그냥 혼자 좋아서.. 재미있어서 하는거다.





뭐 좀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보자면..


잉크가 모세관 현상을 타고 종이를 적시는..


첨단 디지털 시대에 속의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랄까..


안다... 손발이 오그라 든다...ㅎㅎㅎ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만년필은 '임자없는 개'처럼 아무데나 뒹굴어 다니는 볼펜과 달리


'길들이는' 과정과 그에 따른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내 물건'이란 만족감을 선사한다.







나의 경우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우선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


내가 행하는 대부분의 덕질은 이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성숙기로 넘어가게 된다.




만년필의 경우엔 국내 최대의 필기구 관련 커뮤니티인 '펜후드'에 가입을 했고..


선배들의 글과 사진을 보며 기초 지식을 익혔다.




그리고 나면 그 분야에 관련한 입문서를 한두권 정도 읽는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개인이 소화하기에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혼란을 유발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쉽고 빠른 정보의 획득은 흥미와 궁극적인 재미를 반감시키는 문제도 있지만


개인블로거들의 전문성의 편차가 크므로 자칫 잘못된 지식을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식 출판과정을 통해 체계화되고 요약된 도서를 꼼꼼히 읽고나면 그러한 정보들을 어느정도 필터링 할 수 있게 된다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잼있게 읽은 책 2권 - 현대의 몰스킨은 헤밍웨이가 썼다는 그것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진실!!>





어느정도 배경 지식이 쌓이고 나면.. 이때부터가 좀 문젠데...


돈이 들기 시작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고 싶어서 잠을 못잔다.


나의 첫 만년필은 라미 사파리 였다.


가격도 저렴했지만 당시 공부땜에 필기를 많이해야해서 캐주얼한 디자인에 닙의 경도가 단단한 스틸촉이라 선택했다.


초보자가 관리하기 편한 카트리지와 컨버터를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그리고.. 펜글씨 교본을 사서 시간 나는데로 글씨 연습을 했고... 이베이에서 경매도 참여하고...


사고.. 공부하고.. 카페 기웃거리고.. 이런식으로 무한 반복된다.





지난주에는 덕질의 꽃인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했다.


펜후드에서 개최한 2016 펜쇼가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 펜쇼에는 전날 술을 많이 먹고 힘들어서 참석을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참석하리라 마음을 먹고 아내 몰래 혼자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는데.. 


날씨 좋은 주말에 그런데 혼자가면 너무 덕후처럼 보인다면 같이 가주었다. 


아내까지 데리고 가다니.. 왠지 성공한 덕후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그곳에 계신 분들 모두를 덕후로 폄하하는건 아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 덕후는 더 할나위 없는 찬사이며 '스스로 행복한 사람'을 일컷는 말이다.












쇼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아닌게 아니라 진짜로 더웠다.)


프랑스사람.. 일본사람도 참여했고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모두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즐거워 보였다.


전시에 참여하는 분들은 애지중지 하는 만년필을 가지고 나와서 전시도 하고 서로 의견도 나누고 판매도 했다




수 많은 펜들중에서 한개의 만년필이 내 눈에 들어왔다. 


최근 펠리칸 m400 빈티지 모델이 가지고 싶어서 이베이를 기웃거리던 중이었는데


그보다 더 매력적인 녀석의 이름은 펠리칸 m320이란다. 심지어는 한정판이라고 하셨다.


아내도 예쁘다며 허락했고 구입하려고 물어보니... 왠걸... 그건 팔려고 가지고 온게 아니라고 했다.


쳇... 그럼 뭐하러 전시해뒀담... 


(나같은 이들 부러워 죽으라고...)


아닌게 아니라 실제 주인되시는 분이 몹시 부러웠다.




마음에 두는 펜을 보고 나니 다른 모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히려 가질수 없다하니 더 가지고 싶어졌다. ㅠㅠ


실망한 내 모습에 아내는 어린아이 달래듯 옆테이블에 한 외국인이 팔던 몽블랑을 사주겠다고 했다



' 여보 그거 모나미 볼펜 3000개 값이야. 얼른 내려놔..'




비싼걸 알면서도 아내가 사준다고 할땐 무조건 사야하지만 


왠지 몽블랑은 최후에 사고 싶은 제품이기에 관심이 가질 않았다.


속물 같이... 몽블랑을 가지고 나면 다른 만년필은 시시하게 느껴질까봐 우려되는 부분도 있고..


취미생활은 비싼 기구를 갖는게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얼마나 행복해하는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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