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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덕질 :: hobbies

by 덕만이형 2018. 3. 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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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다가서는 건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들에게 할 말이 없어졌고, 그들의 말도 내 밖을 떠돌았다. 사소한 고리로 이어지는 것마저 나는 버거워했다. 타인에 대한 공포. 어쩌면 그것은 처음부터 내 마음 속에만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말을 걸지 않고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와 관계 맺지 않았기에. 오해와 의심은 나의 내면을 잠식했다. 그렇게 나는 더럽혀진 심연의 대지를 홀로 배회했던 것이다.


모든 관계는 내 안에서 별을 이룬다.


무엇인가를 이해하려면 그것 밖으로 걸어나가서, 그것에서 벗어난 뒤, 다른 것을 둘러봐야만 한다. 그것은 비단 입시뿐만이 아니다. 전공이 되었든, 업무가 되었든, 무든 지식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이 아닌 것들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세계'는 언제다 '자아의 세계'다. 객관적이고 독립된 세계는 나에게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해석한 세계에 갇혀 산다. 이러한 자아의 주관적 세계, 이 세계의 이름이 '지평, horizon'이다. 지평은 보통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말하지만, 서양 철학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해 자아의 세계가 갖는 범위로 사용한다. 즉 지평은 나의 범위인 동시에 세계의 범위다. 우리는 각자의 지평에서 산다.


헤어짐이 반드시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패도, 낭비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그곳에는 그의 세계가 남겨놓은 시간과 이야기와 성숙과 이해가 조개껍질이 되어 모래사장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을 테니.


연애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표면적인 사실을 넘어선다. 연애는 세계의 문제다.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 이것이 사랑하는 이를 만난다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다. 이제 그의 지평은 나의 지평으로 침투해 들어와서 결국 나의 세계와 겹쳐진다. 나는 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기존의 세계에는 없던 신비하고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그의 향기, 그의 옷가지, 그의 가구들, 그의 취향, 그의 언어, 그의 습관들, 그의 세계관. 나는 그가 먹는 것을 먹고, 그가 하는 말을 따라하며, 그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가슴이 무너진 날, 그 사람에게로 가자. 그의 손을 잡고 이 밤을 보내는 거다. 바로 그 순간, 세계는 나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일상의 하찮음은 주변부로 사라진다. 사랑하는 이를 품에 안는다는 것은 그래서 그렇게도 놀라운 일이다."


한 가지에 모든 것을 거는 이가 실패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포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간 어딘가에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것을 인정할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는 없는 것이, 만약 자신의 선택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면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과 정성이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말고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고집의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재기할 수 없음의 문제가 된다.


가정과 학교의 보호 속에서 재대로 된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자신이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하지만 세상은 당신과 그런 방식으로 관계 맺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은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나는 과거에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두 종류다. 어떤 사람들은 후회 속을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을 그리움 속을 살아간다. 그의 과거는 강력하게 현재와 미래를 잠식하고, 결과적으로 그의 인생 전체는 하나의 과거가 된다. 나는 미래에 사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들 역시 두 종류다. 어떤 사람들은 희망 속을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은 불안 속을 살아간다. 그의 미래는 강력하게 그의 현재와 과거를 잠식하고, 결과적으로 그의 인생 전체는 하나의 미래가 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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